기수이야기

추입과 근성이 돋보이는 박을운 기수

말이좋아 2006. 11. 18. 21:35

 

 

 

매주 주말이면 말발굽소 듣는 재미에 경마장을 즐겨 찾는다.

또한 매주 경마 출마표가 발표되면 제일 먼저하는 두가지 일이 있다.

 

이번 주에 출주하는 어떤 뛰어난 경주말이 있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 하나이고,

또하나는 박을운 기수가 어느 경주에 나오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박을운기수.

1998년 데뷔했으며 현재 좋은 경주를 보여주고 있는 강태현, 문정균, 함완식과 함께 18기 4인방으로 불렸다.

이들은 데뷔 이후 그  상승세가 무서워 차세대 주자로 손꼽혔다.

 

몇해전 경주중 낙마사고로 인해 큰 부상을 입고 1년이 넘는 장기간 치료를 했던 박을운기수는 오랜 부상을 떨쳐내고 경주로에 복귀하자마자 과천시민의 날 특별경주와 농협중앙회장배 경주를 휩슬었다.

 

박을운 기수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된데에는 두가지 사건이 있다. 

 

그 유명한 '당나루' 가 첫번째 사건이다.

 

뉴질랜드산 거세마로서 8세라는 고령의 경주마 '당나루'

당시 우승은 고사하고 착순권조차 간신히 들까말까하던 마필이 '당나루'였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경주마로서의 날렵함이랄까 멋스러워보이는 다시말해 이름만 들어도 잘 뛸 것같은 이름이 아니라, 실제 잘뛰어도 이름으로는 미심쩍을 그런 이름을 가진 경주마 '당나루'가 소위 '999'라는 복승식 824.1배나 되는 폭탄배당을 터 트린 것이다.

 

당시 1위와의 착차는 1/2마신으로서 박을운기수는 직전경중와 함께 2번째 기승이었는 데 4코너를 돌아나오는 추입으로 결승선앞까지 총알같이 날아왔던 것이다.

 

두번째 사건은 문화장관배 대상경주 우승이다.

 

당시 데뷔한지 얼마되지않은 수습기수로서 인기 5위마였던 '글라이딩투댈러스' 를 타고 우승을 한 것이다. 경주거리 200m 핸디캡 경주는 여타 단거리 경주와 달리 체력과 경주경험을 많이 필요로 하게 되고 기라성같은 대선배들이 고삐를 잡게되는 상금이 큰 경주로서 경주경험이 일천하고 기량이 낮은 기수가 심리적인 압박을 받아가며 우승을 거머쥔다는 것이 당연 쉽지 않다.

 

어찌 보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연히 우승을 했다고 치부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량의 뒷받침없이 인기 5위말를 타고서 우승후보마를 제압한다는 것은 대단하다 하겠다.

 

이렇듯 박을운기수는 그 기량과 근성은 자타가 인정하는 정상급이다.

불운하게도 2002년 큰 부상이후 그 후유증의 여파가 남은 탓인지 이유없는 잦은 결장이 많아지고 있다.

 

추입을 즐겨 타는 듯한 박을운 기수는 어떻게 보면 굳이 저렇게 뒤쪽 후미에서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저러다 언제 따라 붙겠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한편으로는 추입마만 능한 것이 아니라 선행마에도 남다른 소실이 돋보인다.

그 일례로 매번 중하위를 맴돌던 경주마 '지도자'에 기승하여 기습선행으로 '래비츠'를 제압을 했다던지, '금박댕기'를 타고서 역시 기습선행을 나간다던지 하는 것이다.

 

박을운기수 !

 

프로의 근성이 베여있는 정말 멋진 기수가 아닌가 한다.

경마장가서 돈잃어도 기분 나쁘지 않는 몇 안되는 기수중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