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부명장면

추입의 정수를 보여준 힐톱 & 박을운 기수 -추입과 선행의 대결

말이좋아 2014. 11. 28. 16:49

 경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오나 1년 열두 달 밤낮을 가려가며 열린다.

정말 악착같이 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멋지고 짜릿한 경주, 그런 재밌는 경주를 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요 몇 년사이 더 더욱 그런 것을 느낀다.

 

추입마라는 것도 도주마라는 것도 딱이 없이 그냥 막 달리는 것 같다.

엄밀히 추입이나 선행이나 모두 말의 능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것이다.

 

제 아무리 추입마라 한들 앞선 말들을 따라 잡지 못하며 추입이 아니라 그냥 무능력마에 지나지 않으며 앞선 말을 따라 잡아야 말 그대로 추입이 된다. 선행마 역시 제 아마루 선행마라 한들 무조건 선행간다고 선행마인 것은 아니다 선행으로 나설 때 지치지 않고 달리는 투지를 보이는 말이 선행마인 것이다.

단지 앞서서 달린다고 그 말을 선행마라 부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각질 즉 주행습성이 뚜렷한 경주말들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특히 추입마는 그러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 추입의 정수를 보여준 말과 기수가 있다.

 

박을운 기수.

과거 추입 능력 기수로 꼬리표를 달고 있었지만 잦은 부상 큰 부상으로 그의 활약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부상으로 누워 있는 날이 경주에 출주하는 날보다 많아 보이고 몇 번 나오나 보다 싶으면 또 보이지 않는다.

 

추입마를 탈 때면 추입 타이밍이 한 템포 늦어 가까스로 2착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고 기억된다.

오히려 기습선행에 더욱 소질을 보여 예상치 못한 선행으로 우승 혹은 준우승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전 까지 미국에서 비교적 이름있는 씨수말들이 수입돼 왔었다. 정말로 억소리 나는 고가의 말들이다.

뭐 그래봤자 이웃나라에 비교하면 많이 싼 말들이기도 하다.

워낙 싼 경주마들로 경마를 치르다 보니 다들 고만 고만 했다 하겠다.

그런 이유로 메니피의 자마들이 인기를 모으고 성적도 잘 나와서 인기몰이를 한다.

 

한편으로는 이름도 생소한 씨수말의 피를 받아 태어난 경주마를 볼 때면 이런 말도 사는 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아직도 이런 씨수말의 자마들이 있구나 싶은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사쿠라시킹'이다.

 

내가 비중없이 보는 안 쳐주는 종마 중 하나다.

그런데 그 사쿠라시킹이 자마중에서 1군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는 경주마가 있어 놀랍고 반가운 마음이다.

바로 '힐톱'이다.

 

하위군에서 좋은 성적으로 승군을 했으나 주줌하다가 1군에서 박을운기수를 만나 2번의 출전을 했다.

한 달 전의 경주에서는 1,800M를 출전해서 맨 끝에서 따라가다 2코너를 돌아 선두마들을 제압하고 우승을 거머졌다.

이 때의 희생마가 미래영웅이다.

 

힐톱이 미래영웅을 제압하는 순간 이를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입장 애매해진 것이다.

 

두번 째 출전한 지난 일요 경주에서는 2,000M를 출전 거리 부담이 큰 경주라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다.

여기 경주에서는 힐톱과 같이 출전한 미래영웅이 있다.

이미 직전 경주에서 한판 붙은 상황이다.

 

미래영웅은 기수를 데뷔 부터 좋은 호흡을 보인 이찬호기수가 기승하고 와신상담 하는 분위기이고 실제 배당판도 인기마로 깜밖인다.

힐톱은 다소 밀린 인기를 보인다.

과연 늘어난 2000M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게이트가 열리고 선행마 미래영웅이 나간다 연두색 원

 

 

선두는 미랭영웅이 (파란색원) 맨 꼴찌는 힐톱(빨간색)이다

 

1코너를 돌고

 

2코너를 돌아나와서 힐톱은 아예 외곽으로 나와 거침없이 질주한다. 모래튀는 걸 싫어하는 걸까? 외곽으로 나서면 체력도 그 만큼 소모된다. 반면 가속은 잘 붙는다. 다만 무리한 추진은 자멸할 수 있다

 

 

3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선두에 가담하고

 

무리하지 않고

 

말에게 맡기며 치고나갈 타이밍을 잡으며 호흡을 고른다

 

4코너까지 코너를 모두 돌아나오고 고삐를 다시 잡고 추진한다. 미래영웅은 이때까지 잘 뛰어주고 있고 싱그러운아침도 치고 나온다

 

미래영웅도 힐톱도 모두 내가 응원하는 말이다. 그러나 싱그러운아침이 모두를 제압할 기세.

 

 

힐톱과 싱그러운아침이  미래영웅을 넘어서려 하는 순간 옆에서 "동수야~, 동수야~" 하는 울부짖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데

나는 나대로 미래영웅과 힐톱 싱그러운아침의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라 눈을 못떼고 있는데 그 나이든 아줌마의 울부짖는 "동수야~"

하는 목소리는 마치 엄마가 물에 빠진 아들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같았다.

 

힐톱이 선두로 나고 우승에 다가서고 싱그러운아침이 2착을 굳히기에 들어가나 싶었는데

 

"동수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야"하는 자지러 질 듯한 아줌마의 목소리와 함께 6번마 김동수 기수가 휙지나간다

 아뿔사 6번마를 탄 '동수'가 2등을 했다. 그바람에 나의 마권은 고작 복연승이나 맞춰 본전도 안된다.

미래영웅은 꺽어지고 어디서 동수가 날아오고. 그 울부짖던 아줌마는 마치 엄마라도 되는 가 싶었는데 동수가 2등을 하지 환성을 지르고 좋아서 난리가 아니었다. 그 아줌마는 마지막경주에 '동숭'에게 몰빵을 하고 돌아가는 경마광 아줌마중 일인 일뿐이었다.

동수가 63.4 쌍승식 95.5배를 가져다 줬으니 아마도 그 동수 아줌마는 돈 많이 땄으리라.

 

하도 아줌마가 소리를 애타게 소리를 지르던 탓에 내가 잃은 돈을 생각할 겨를 없이 그 아줌마에 몰입되고 경주는 그렇게 끝이났다.

 

오랜만에 멋진 경주를 본 댓가치고는 비교적 비싸다.

미래영웅은 1군에서 선행을 하기엔 아직 힘이 덜 차 보이지만 지난 번 경주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아직은 3세마이니 긴 호흡을 가져 볼만 하겠고 힐톱은 존재감없는 씨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천에서 용이 난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향후 멋진 활약이 기대된다.

 

여타 추입마들이 전형적인 추입마라기 보다 중후미에서 자리잡고 직선주로에서 추입을 시도하는 모양새이다. 아무래도 우승을 하기에는 남아있는 주로가 길지 않아 폭발적인 추입을 보여야 하는 데 폭발적인 추입을 보이기전에 결승점을 통과하게 되니 온전한 추입을 본다는게 흔치 않다.

 

힐톱의 경우 2코너를 돌아나오며 직선주로의 내리막을 100% 활용하여 3코너전까지 선두권에 가담하고 4코너를 돌아나오기 전까지 호흡을 가다듬고 4코너에서 혼신의 힘으로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전형적인 추입의 패턴을 보여줬다.

추입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싱그러운아침의 3착은 아쉬운 면이 있다. 다른 기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