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경마취소소동을 보며

말이좋아 2006. 12. 20. 00:33

17일 숨가쁘게 달려 온 한해를 마감하기에는 경마공원도 예외가 없다.

 

매달 한차례 이상씩 대상경주가 끊임없이 열리기에 어찌보면 대상경주가 경마공원에서는 큰 축제라기 보다 하나의 작은 이벤트에 가깝다고 느껴질 지 모른다.

 

그래도 많은 대상경주중 백미는 단연 그랑프리임은 모두가 느끼는 사실.

그 그랑프리를 보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폭설이 내린 날 아침 경마공원을 향한 이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경주취소결정이 내려 진 것이다.

 

모든 경주가 취소된 서울경마공원은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많은 사람들의 항의소동이 벌어졌다.

한가지에 매우 심치한 사람을 '광적'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매니아(mania)라고 한다.

 

영어로 '매니아'라고 쓸 때는 왠지 멋있어 보이지만 사실 광적으로 일상을 내 팽게칠 정도의 광적인 의미라는 건 안다면 '매니아'라는 단어는 그다지 정상적이지는 않은 상태를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많은 취미와 오락이 있지만 그 재미가 남다른 것 중의 하나가 경마이다.

'경마'의 좋고 나쁨을 떠나 경마라는 것 자체가 주는 재미와 즐거움 아쉬움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여타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그런 경마에 심취(?)한 사람들이 경주를 보기위해 경마공원으로 몰려 들었는 데 더군다나 폭설이 내린 험난한 길을 헤쳐 왔는 데 경주가 취소됐다고 하니 그들의 마음이 허탈해졌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항의소동을 벌였고 급기야는 성난 사람들은 기물을 파손하고 불을 지르는 등 항의를 넘어 난동으로 번지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주변에 몰려든 사람중 한사람에게 물어봤다.

여기 본관앞에 몰려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뭣인지를.

 

'입장료환불과 예상지 구입값, 그리고 교통비'

 

그들의 원하는 것이다.

 

입장료는 다음 경주일에 무료로 입장을 해주기로 했다는 것이 마사회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예상지구입값과 교통비가 문제인데 이 부분은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이다.

 

마사회가 그들이 개인적으로 자의로 구입한 예상지값을 물어줘야할 의무가 있는 지, 교통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지 말이다.

반대로 그들이 예상지 구입값과 교통비를 보상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는 지 또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이 글을 읽는 각자가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보고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이날의 상황을 놓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 기상악화라고 하는 천재지변, 다시 말해 기수협회가 심각한 사고발생을 우려하여 경주에 임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하여 일이었고, 당시 주로 상태가 눈과 추위로 얼어 말과 기수가 전도될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라고 볼 때, 보험가입도 되지않는 다는 (확인을 요하는 부분인기는 하다) 이들의 직업적 위험성을 볼 때 기수에게 너무나 가혹한 요구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수가 경주에 임해야 한다며 그건 기수의 목숨을 가벼히 여기는 처사로 이것은 도박보다도 더 못한 잔인한 게임이 돼 버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날의 경주취소결정이 기수협회의 결정으로 인해 내려졌음을 미뭐볼 때 미리 사전에 마사회에서 고객에게 알려주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난 현장에서 시위군중에 있는 한사람의 이야기가 귀에 와닿는 다.

 

'어차피 이들이 경마장 아니면 마땅히 갈때가 없으니깐 여기 몰려 있는 것이야'

 

난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경마를 사랑(?)하는 이들은 경마가 취소된다면 마땅히 시간을 보내거나 할 게 없다.

그래서 추운 날씨에 경마장을 찾은 그들의 마음이 더 화가 났는 지 모른다. 결국 헛걸음이 됐으니.

 

마사회가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길 바랬고, 그들은 단호한 마사회에 괜한 심통을 부린 것인지 모르겠다.

나였다면 그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 지 쉽게 판단이 서진 않지만, 본관의 유리창을 부수고 경비초소를 불지른 그들과 마사회의 간단한(?)한 결정 양자 모두가 아쉽기만 하다.

 

이로인해 경마의 이미지 제고에 애써 왔던 마사회와 건전경마를 지양해온 우리 모두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 듯하여 씁쓸하다.

 

이 참에 경마인들은 좀 더 달라 졌으면 하고, 마사회는 17일의 상황의 불씨가 된 '예상지환불' 등의 문제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으면 한다.

 

예상지 환불의 경우 적어도 마사회 건물내에서 판매되는 것에 한해서는 반품이나 환불을 해 줄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닌가한다. 소비자가 모두 감당하기엔 화가 날 법도 하다.

그 예상지 또한 그날이 아니면 무용지물일테니..

눈과 추위로 얼은 경주로

 

 불타버린 출입구 초소

출동한 소방서

 

 본과에 서 항의중인 입장객

출동한 과천경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