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이야기

고배당의 추억 "그린트리 와 러브이즈블라인드"

말이좋아 2014. 4. 8. 16:47

대략 십년이 족히 넘었을 것 같다.

'러브이즈블라인드' 와 '그린트리'

이 두마리가 출전한 외산마 1국 경주는 잊을 수 없는 경주가 되었다.

 

경마에 한참 재미를 부치고 들락거리던 그 무렵

나름 눈을 부릅뜨고 예시장의 말을 요리조리 살펴가며 기록을 대조하고 그러던 추운 날이었다.

예시장에서는 한 마리 눈에 띄는 말이 있었는 데  그린트리였다.

발걸음이 사뿐사뿐하고 가벼워 보였다.

 

그린트리에 기승하는 기수는 당시 신인기수 문세영 기수였다.

수습딱지를 뗐는 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김정진 조교사의 소속조 기수로서 한참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그린트리를 살까말까를 고민한다.

경마가 기록경주가 아닌 줄 알면서도 기록에 얽매이게 되고

이말 저말 사야 될 것 같은 말도 적지않고 돈에 맞추다 보니 이성적인 판단으로 빼게 됐다.  하수답게.

 

경주가 시작되었고 김동철 기수가 탄 러브이즈블라인드는 선행으로  달렸고 문세영 기수가 기승한 그린트리는 중간에서 추입으로 달렸다.

결승점을 통과한 말은 1위 러브이즈블라인드, 2위는 그린트리 였다.

당시의 문세영 기수를 늘 눈여겨 보고 있었는 데 2위를 하리라는 생각은 못했다.

 

복승식 배당은 1815.9 배

 

모두가 요즘 유행어로 "멘붕"

mental 붕괴가 되었다.

 

잠시후 순위가 확정되었고 예시장 쪽 2층 실외 발매창구에서는 한 중년의 아저씨가 돈을 받아가는 데

말 그대로 돈 다발을 챙겨갔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리빙TV에서 그 말을 추천했다하는 말에 리빙TV가 안나오는 나의 방에 있는 TV를 보면서 비애를 느끼기도 했었고.

(이후에 리빙TV를 열심히 봤지만 배당도 얼마안되는 저배당을 맞춰놓고서 적중율을 자랑하는 걸 보며 의아했다.)

 

부러움을 주체할 수 없고 예시장에서 감지했던 그린트리를 사지 않은 것에 대한 자괴감으로 아쉬움을 참지 못하고 소주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경마장을 오래 다닌 사람치고 그런 경험이야 비일비재 하겠지만 그날의 경주와 그린트리는 또렷히 각인되었다.

그 어미의 새끼 아니랄까봐 그린트리의 자마가 2012년에 출전했는 데 이 말 역시 성적이 저조한 말인데 고배당을 터트리며 우승을 했다.

이름은 '포트그린'

 

느낌이 이상해서 어미를 살펴보니 그린트리였다.

그 에미의 새끼 아니랄까봐. 포트그린으로 인해 그린트리의 존재감을 재확인한다.

사라진 줄 알았더니 그 새끼가 엄마의 전철을 밟는다.

 

"Love is blind" "Green tree'

 

그날 그 아저씨는 그돈으로 어떻게 썼을까.

궁금하다.

 

요즘에는 보지 못했지만 그 시절에는 고액적중한 자들은 창구에  몇 만원씩 찔러 주고 가는 것도 간간히 봤다.

창구 여직원은 받으면 안된다며 손사래를 쳐보지만 만원 짜리를 몇 장 던져 놓고 가버린다.

옆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만원짜리 하나씩 주기도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