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뉴스&칼럼

차밍걸 마지막경주 - 박태종기수를 태워라!

말이좋아 2013. 9. 13. 14:17

미국에 경주마 '씨비스킷'이란 말이 있었다 . 대공황 시절 이경주마는 미국인들에게 힘을 줬다. 그리고 몇년전 영화화 됐다.

다리가 부러졌음에도 재활하여 달렸다. 이 말의 태생이 순탄치 않았으나 극복해낸다는 큰 이야기 골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 경마의 역사가 이제 적다고 할 수 없는 한 세기를 통과하려고 하고 있다.

먹기 살만해졌으니 지나온 비루했던 시절을 좀 폼나게 말하고 싶기도 하겠다.

먹고살기 위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성공한 자수성가가 지나온 과거가 좋지못해 그걸 감추거나 미화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한 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한국경마에게도 근사한 '스토리'를 원하는 게 느껴진다.

경마를 우아하게 폼나게 , 마치 신데렐라구두같이 한방에 경마를 뛰워줄 흥행거리를 찾고 있나보다.

그래서 '차밍걸'을 이슈화시키고 이야기를 입혀 뭔가를 만들어 보려고 한 기획된 의도가 느껴진다.

 

 

일전에도 블로그에 설명했듯이 차밍걸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벌써 퇴사시켰어야 할 말이다.

그런데 이말이 100전을 치루고 난 뒤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던 차에 보니, 9월말을 기해 은퇴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일단 변영남마주의 결정은 잘한 결정이다. 때늦었지만. 그런데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위대한 똥말' 이라는 말은 듣기 심히 거북하다.

차밍걸이 희망을 준 서민들이 얼마나 되는 지 궁금하고, 또 다른 스포츠신문의 기사를 보면 남들이 8시간일할 때 12시간,16시간 일하며 먹고사는 서민을 닮았다고 쓴다.

 

 

‘꼴찌 차밍걸에게 보내는 갈채’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이런 기사들이 만들어져 기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 한심하다는 것이다.

 

알고보면 전혀 감동적이거나 연관성이 없다. 차밍걸의 삶과 서민들의 삶이 뭐가 닮았다는 것인가?

경주마는 다른 말에 비해 훈련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실력없는 기수가 매번 습관적으로 타고 나오는 게 서민들의 삶인가?

 

아니면 열심히 해도 안되는 가엾은 것은 서민적이란 것인듯 한데 차밍걸에게서 열심히 한 흔적은 찾지 못했다.

어차피 서울대 가기에 턱없는 성적의 학생이 공부안하고 해마다 서울대 원서 넣는 꼴이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비슷한 류의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이들도 흥행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신문이든 마사회든 흥행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한심하기까지 하다.

 

경마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도 모르고 관심도 없어 했던 말을 일본의 똥말이 뉴스에 이슈화되자 끄집어 내어 이슈화를 시키긴 했는데 그로인해 차밍걸이 좀 알려 졌을 뿐, 차밍걸에게서 희망을 얻은 서민은 없다.

오히려 뉴스화되지 않고 있다가 이번 처럼 은퇴를 하게 됐다며 뉴스가 난다면, '오 그런 말도 있었구나!' 하고 쉽지않은 우리네 서민들의 인생살이를 한번쯤 곱씹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실 차밍걸이 아니다, 차밍걸을 매개로 억지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보려는 자들의 작태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차밍걸이 서민의 삶과 닮았다는 둥, 루저의 희망이라는 둥 하는 같잖은 말들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살림살이가 부족하고 팍팍해서 서민이라 하는 것이지, 우리가 못나고 못배워서 서민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비록 우리가 서민일지라도 살아가는 삶은 부유하고 풍족한 자들 보다 못하다 할 수 없다.

 

훈련량도 부족한 경주마를 또  능력이 부족한 기수가 타는 경주말을 그토록 많은 서민 더 정확히 국민 대다수의 인생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않아 불쾌한 것이다.

마지막 출주하는 차밍걸의 변영남마주에게 바란다.

 차밍걸에 유미라 기수가 아니라 박태종기수가 기승하여 제대로된 훈련과 함께 정말 그말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다.

 

끝으로 마주님(!)들에게 한마디 하고 한다.

경마장은 말 한마리를 놓고 몇년이고 될 때까지 해보자 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긴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며 충분히 훈련하고 도전하는 것은 찬성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없이 말 값도 한 두푼이 아닌데하며 손익 따져가며 막연히 그저 나도 우승 한번 해보자 하는 건 곤란하다.

 

마주라는 것은 경마를 생계로 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점 분명히 직시해야한다. 그래야 서양처럼 존경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