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이야기

경마장, 그들이 그립다 - 임대규,배휴준,천창기,김효섭

말이좋아 2013. 7. 19. 12:49

경마장을 맨 처음 찾았을 때, 옆에 사람에게  베팅 방법을 물으니 왠만하면 하지 말랜다, 좋을 것없다고.

그때부터 서서히 익히게 된 이름중 박태종, 김효섭,임대규,배휴준,천창기,김옥성,등등이다

돌이켜보면 이들이 모두 출전하던 시절의 경마가 참 재미있었던 것 같다.

 

라이벌들이 출전하는 경우 그 둘에게 모두에 베팅하면 적중할 확율이 컸다. 라이벌의식으로 양쪽 다 투지가 높기 때문이다.

박태종기수와 김효석기수가 출전하는 경주에는 박태종 기수가 우승 김효섭기수가 준우승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기억으로는.

 

배휴준기수는 채찍이 매서워 말을 학대하는 수준이란 말도 들었다. 그러나 지켜보는 팬과 관중들에게는 그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경주여서 박진감이 더해지고 기수는 과다채찍으로 제재를 받게된다.

 

천창기기수역시 밝은 표정으로 뚝심있는 경주를 펼쳐줬고 소속조의 능력있는 인기마들을 많이 타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임대규기수는 당시 하루 12경주 중에서 6경주에서 우승을 하는 대단한 성적을 올렸는데 그날 대상경주출전기수의 부상으로 교체기수로 출전 대상경주까지 우승을 하며 스스로가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 있다'는 말을 했다.

나역시 그날 경주를 보며 그런 생각이었는데...그도 임대규기수 본인도 믿기지 않은 생애 최고의 날이였을 것이다. 그랬는데 어느날 야간경마였던가...그만 경주에 출전하여 낙마 말들의 발에 밟혀 목숨을 읽는 비극을 맞이하고 저세상 사람이 됐다.

 

김효섭기수, 과천황태자로 당시 불렸던 것 같은데 나는 그 기수가 말을 잘 탄다는 느낌보다 말(言)을 잘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터뷰를 보면 청산유수여서 수다쟁이로 보였다. 그에 비해 박태종기수는 어눌한 말이 누구에게 야단맞은 듯한 말투다. 허나 그런 점이 더 매력으로 다가갔다.  말타는 기수가 말만 잘타면 되지 말 잘하는 게 대수는 아니지 않은가?

 

임대규 기수가 떠나 뒤로 경주로에서 중견기수들이 서서치 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500승을 채운 기수들이 조교사로 개업을 시작하더니 이제 경주로에 남아있는 기수는 박태종, 신형철, 김옥성기수가 고작이다.

나머지는 올망졸망한 기수들 뿐이다. 그탓에 문세영기수가 좋은 말을 독점하다시피하며 승율을 높여가고 있다.

경마장 기수들에게도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하다. 잘하는 기수는 더 좋은 말을 못하는 기수는 더 못하는 말을 타게 된다.

 

기라성같은 기수들이 사라진 지금, 그래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기수가 있다. 

김귀배기수.

1962년생이다. 생일이 12월생이기긴 하지만 우리나이로 51세. 50이 넘었는데 현역기수로 활약한다. 김귀배기수가는 1979년 데뷔한 이래 지금 현역으로 활동하는 기수중 가장 고참기수다.

34년째 경주마를 타고 있다. 정말 대단하고 멋지지 않은가?

 

쉰이 넘어서 경주마를 타는 기수생활을 한다는 것 큰 박수를 보낸다. 요즘 자주는 아니나 경주로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때로는 과거 시절보다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기도 한다. 과거 지켜봤을 때보다 보다 매서운 경주장면을 보여줘서 늘 응원을 보낸다. 나의 관심기수이다.

 

지금 그들보다 훨씬 아래의 문세영, 조경호, 최범현 등의 기수들이 이제 중견기수급으로 있고 이들의 성적은 과거 이들보다 앞서간 선배기수들보다 승율은 좋으나 경주력 면에서 박진감은 매우 떨어진다. 적은 배당이든 고배당이든 지켜보는 관중이 짜릿함을 느끼는 명승부가 없고 밋밋하다. 소금간 안된 콩국마냥.

 

내가 경마장 발길을 끊게 된다면, 이런 밋밋한 경주에 식상해진 탓이리라.

 

그밖에

매서운 경주를 보여주던 김옥성기수, 아질한 추입과 기습적인 선행작전으로 어떤 경마팬에게는 환호를 어떤 경마팬들에게는  좌절을 안겨준 박을운기수는 너무 많은 부상으로 예전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예전 문세영기수의 데뷔 수습기수시절의 모습과 같은 걸출한 기량을 보여줄 것같아던 서승운기수나 이혁기수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어보인다. 가끔씩 승율이 저조한 기수들이 대박을 터트리기는 하지만 올망졸망한 실력이다.

 

고가 씨수말의 도입으로 경주마들의 기량이 높아졌다지만 과거 경주마들같은 독보적인 기량을 보여주는 말들이 많지 않다.

새강자,쾌도난마,지어지선, 다함께, 더스파이커,러보보이샤카,등 많은 말들은 나오면 우승 예약이었고 그 경주마들의 이름이 기수들보다 높았지만 지금은 경주말의 이름이 언급되는 경우가 드물다. 기수가 말보다 앞서는 느낌.

 

현재 경주로에 질주하고 있는 경주마들중 이름이 떠오는 말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경마장에도 세대교체가 이뤄지지만 과거보다도 못하다는 이 느낌은 나만의 생각인가? 내가 나이가 먹은 건인가!